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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사 오솔길 <23> 실수와 발명·발견

2007-03-23 12:00:16, Hit : 2285
작성자 : 관리자
노벨상 받은 전도성 플라스틱
촉매 1000배 잘못 넣은 결과

 
역사적으로 볼 때 실수로 인한 발명과 발견은 화학 분야에서 비교적 많았다. 이것은 새로운 물질의 합성 실험 등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을 그저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의 산물로만 볼 수는 없다. 작은 실수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눈여겨본 예리한 통찰력과 그런 기회를 얻기까지의 부단한 노력과 끈기도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실험 중 실수로 다이너마이트보다 3배 이상 강력한 군용 폭약을 개발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자동차 타이어, 구명보트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고무 역시 미국인 찰스 굿이어(1800~1860)의 실수에서 비롯된 발명품이다. 고무나무의 수액을 모아 만든 천연고무는 냄새가 많이 나고 날이 더우면 녹는 성질 때문에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에는 불편이 많았다. 굿이어가 하루는 고무에 황을 섞어서 실험을 해 보다가 실수로 고무 덩어리를 난로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놀랍게도 고무는 녹지 않고 약간 그슬리기만 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굿이어는 고무에 황을 섞어서 적당한 온도와 시간으로 가열하면 고무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속된 연구 끝에 그는 오늘날과 같은 고무 가공방법을 확립하였고, 이는 고무 공업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화학섬유 나일론(Nylon)을 개발한 뒤퐁사의 캐러더스(1896-1937)도 우연한 실수를 계기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도 처음부터 인공 섬유의 개발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그의 연구팀원 중 한 사람인 줄리언 힐이 실험에 실패한 찌꺼기를 씻어 내려다가 잘 되지 않자 불을 쬐어 보았는데, 뜻밖에도 이 찌꺼기가 계속 늘어나서 실과 같은 물질이 되었다. 이것을 본 캐러더스는 인공 화학섬유의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결국 나일론을 발명하게 되었다.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로 불리는 나일론은 여성용 스타킹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을 비롯하여 의복 로프 양말 낙하산 등에 널리 사용됐다.

우연한 발명과 발견의 사례로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건도 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사진)'의 발명으로 200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시라카와 히데키 교수가 바로 그 경우이다. 그가 도쿄공업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초반에 유기고분자 합성실험을 하던 중, 연구에 참여한 한 대학원생이 촉매를 1000배나 더 첨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로 인하여 갑자기 은색의 광택을 내는 박막이 생긴 것을 발견하였고, 이 박막이 금속과 같은 특성을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전도성 고분자(플라스틱)의 발명이라는 획기적인 업적을 이룩하였다. 그때 실수한 대학원생이 바로 한국인 변형직 박사였다.

변 박사는 그때 실험 중 밀리몰(mmol)이라 써 놓은 시약을 밀리(m)부분을 잘못 보고 실험하였다. 결국 촉매의 양이 1000배나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실수로 반응용기에는 찬란한 은빛의 막이 생겼다. 필름(막)이 빛을 반사한다는 것은 아세틸렌 분자가 일정하게 배열됐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도교수는 화를 버럭 내며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며칠 뒤 시라카와 교수가 필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르쳐 달라고 해 알려주고 나중에는 연구노트도 주었다는 것이다.

 
변 박사는 파견기간 1년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시라카와 교수는 1975년 한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펜실베이니아대 화학부의 앨런 맥더미드 교수와 차를 마시다 이 사실을 들려주었다. 맥더미드는 공동연구를 위해 그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로 초빙하는 한편 절연성 고분자에서 전도성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앨런 J 히거 교수를 연구에 합류시켜 연구를 완성했다. 결국 변 박사를 제외한 3명이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변 박사나 우리나라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석희 교수·부산교육대 과학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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