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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교사가 교장이 된다고? '교장공모제' 반발해 대정부투쟁 나선 교총

2018-01-06 10:27:32, Hit : 182
작성자 : 관리자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 소속회원들이 정부의 교장공모제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 소속회원들이 정부의 교장공모제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정부의 일방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나쁜 정책, 무자격 교장공모 전면 확대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돌입합니다.” 

4일 오전, 한국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간부들이 투쟁의 상징인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 섰다. 교육부의 교장공모제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날 집회는 교총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연 집회다. 평교사에게도 교장이 될 길을 열어주는 ‘교장공모제’에 대해 보수성향인 교총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평교사 교장 될 길 열자…MB정부 ‘무력화’ 

교총은 이날부터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시작하고 시도교총과 함께 릴레이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교원단체들은 기존 교장 승진제도가 학교의 상명하복·권위주의 문화를 만든다며 “교총이 극단적인 투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교장 공모를 할 수 있는 학교를 신청학교 중 15%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시작했다. 교장공모제는 승진 중심의 교직문화를 바꾸고 능력있는 교장을 뽑아 학교 자율화와 책임경영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도입됐다. 일반학교에선 교장 자격증이 있어야 응모할 수 있지만, 자율형 공립고와 몇몇 특목고 등 자율학교에서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경력 15년 이상의 평교사도 공모해 교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공모 신청 학교의 15%만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를 교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기존 승진트랙을 밟지 않았더라도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면 관리자가 될 길을 열어주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한 것이다. 이후 교장공모제는 주로 교감이나 교육전문직의 승진 경로가 됐고, 기존 교장들이 임기를 늘리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5~2017년 초중고 교장공모 실시 결과를 보면 이 기간 동안 공모제로 임명된 교장 1388명 중 공모 당시 평교사였던 사람은 5.3%인 73명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교장공모제 확대’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못박았다. 교육부는 지난달 15% 제한 규정을 없애고 원하는 자율학교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1등수’와 ‘교포자’..승진제가 만들어낸 학교 풍경 

평교사가 교장이 되려면 통상 ‘교감 자격증’과 ‘교장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해야 한다. 보통 20년 이상 근무하며 오랜 기간 도서벽지 근무를 자청하고, 교무부장·연구부장 등의 보직을 많이 맡고, 보고서를 출품해 연구대회에서 입상하거나 학위를 얻어 근무평가점수를 잘 쌓은 교사들이 자격연수 대상이 된다. 교총은 이런 이유를 들어 “교장공모제를 확대해 기존 승진제를 무력화하면 앞으로 누구도 힘든 도서벽지 근무를 자청하지 않고 보직도 맡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존 승진제도 하에서 인사평가자인 교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됐다. 교장이 주는 근무평가점수가 승진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다보니, 교장이 학교를 통제하고 군림하며 교사들이 복종하게 만드는 비민주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승진에 관심없는 교사는 관리자의 통제 밖으로 벗어나 근무기강이 무너진다. 교단에는 수우미양가의 ‘수’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1등수’, 교장 승진을 포기한 교사를 뜻하는 ‘교포자’같은 은어가 떠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보통 ‘1등수’를 내리 3번 받아야 승진 기회가 있다고들 한다. 승진절차를 밟는 교사들은 교장의 말에 토를 달지 못한다”며 “교장 한 사람의 판단이 학교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현재의 승진제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승진 길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이 교장공모제에 반대하는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에 따르면 2015~2017년 평교사에서 교장이 된 50명 중 40명은 전교조 소속이었다. 교총은 “공모제가 특정 노조 출신 인사를 교장으로 임명하는 하이패스, 직선교육감들의 코드인사·보은인사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성명에서 교총의 이런 비난에 대해 “승진제 교장을 중심으로 조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비뚤어진 욕망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다른 교원단체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전교조와 색깔이 다른 서울교사노조·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육단체·교원단체 5곳도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고 “학교에 만연한 관료주의를 청산하고 민주적 학교자치를 실현하려면 교장공모제가 필수”라며 “교총을 비롯한 모든 교원단체가 한국 교육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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