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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 후속세대들 불안에 떨게 해서야”···‘시간강사 지키기’ 나선 한양대 교수들

2018-11-29 19:28:56, Hit : 25
작성자 : 관리자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측이 시간강사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측이 시간강사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양대 교수들이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려는 대학 측에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양대 교수 53명은 29일 성명을 내고 대학의 이런 행태들이 “시간강사의 직업을 박탈할 뿐만이 아니라 학문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대학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학 사회의 위계구조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노동에 시달려온 강사들의 일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근 한양대는 일부 강사에게 “그동안 성심성의를 다하여 강의를 맡아주신 점에 감사드린다”며 내년부터는 전임교원에게 강의를 맡긴다는 e메일을 보냈다. 다른 사립대들도 시간강사들의 수업을 줄이려고 대외비 문건을 만들거나 공문을 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강사법을 만드니, 시행을 앞두고 인건비 부담을 핑계 삼아 ‘강사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대학들은 강사 해고 뿐 아니라 개설과목과 졸업필수 이수학점 줄이기, 전임교수의 강의시수 늘리기, 폐강 기준 완화, 대형 강의와 온라인 강의 늘리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교수들은 “강사들은 겨우 1000만원 내외의 연봉을 받으며 갖은 수탈을 당하면서도 단지 학문탐구가 좋아서 형극의 길을 감내하는 학문 후속세대”라며 “이를 감수하겠다고 나선 대학원생들조차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수학점을 줄이면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된다”며 “현재의 강의시수도 임계점인데 여기서 더 늘리면 교수는 학문탐구에 심한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이들은 “1년 예산에서 0.01% 정도 더 소요되는 것을 빌미로 강사의 해고와 교육개악을 자행하는 것은 스스로 교육기관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학 측의 재정부담을 정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강사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정부가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예산’을 마련해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내년 예산에 국립대와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를 반영하길 바랐지만 사립대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편성에서 빠진 상황이다. 교수들은 “정부와 국회가 이번 사태가 가져올 영향을 직시하고 대학의 약자인 강사들을 배려해 이들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용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진리욕구의 실천도량’ ‘양심과 비판지성의 보루’가 무너지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강사들 또한 어려운 상황임은 알지만 두려움과 불안, 소시민주의에서 벗어나 조직화하여 저항할 것을, 대학 구성원 모두가 적극 연대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 “학문 후속세대들 불안에 떨게 해서야” ‘교수성명’ 주도한 이도흠 교수

공동성명의 초안을 작성한 이도흠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10억, 20억원 때문에 학문 후속세대들이 불안에 떨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사들은 물론이고, 지금 가르치고 있는 대학원생들도 상당수가 직업과 학문의 길이 봉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문에 칼럼을 싣고, e메일로 교수들을 설득해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27일 밤이 되자 서명한 사람이 50명을 넘어섰다. 

“학문 후속세대들 불안에 떨게 해서야”···‘시간강사 지키기’ 나선 한양대 교수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시간강사 수업을 줄이는 명분은 ‘인건비 부담’이다. 정부의 예산지원에서 사립대들이 배제됐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사립대들의 주장에는 일면 타당성이 적지 않다. 이 교수는 “10년 동안 등록금마저 동결됐기 때문에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강사법이 통과돼 방학 중 강사들 임금을 보전해주고 퇴직금을 준다 해도, 거기 들어가는 예산은 실상 연간 10억~2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문 후속세대, 대학원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연봉 10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을 받더라도 학문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데 10억, 20억원 때문에 그걸 막아야 하나.” 이 교수는 “그렇게 된다면 교육기관 스스로 기업이라고 선포하는 것과 같다”면서 “학교 측과 재단이 교육 목적과 이념에 맞게 그 정도는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은 2011년 입법을 추진한 지 8년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대학과 강사들, 전문가들의 힘겨운 논의 속에 만들어졌고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교수는 “강사법을 빌미로 강사들을 자르려고 하는데, 강사 수업을 줄이고 교수 강의를 늘리는 조치들은 이전부터 강사법과 상관없이 대학들이 추진해온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교수들의 강의를 늘리려 하고 교수들은 ‘연구할 시간이 모자란다’며 맞서는 상황에서 ‘주당 9시간’이라는 수업시수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 있는데, 비용 줄이기만을 목적으로 대학들이 이런 합의를 뒤집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가장 약자들이 강사들인데, 자신들이 뭔가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자체가 참담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며 “이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한국 대학의 미래가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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